"Drawing is a verb (그림은 동사와도 같다)"
장소 특정적 미술로 이름을 날렸던 미국 예술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가 남긴 말로,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두 장의 종이에 연필로 남긴 아래 작품인 "Verb List"는 84개의 동사와 24개의 상황이 적힌 리스트가 적힌 다소 단순한 작품으로, 다양한 도구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스스로만의 지도서와도 같은 존재이다. 마치 자신과 주변의 상황, 장소, 과정, 재료, 그리고 자기 스스로와 연결하기 위한 행동가짐을 적어놓은 것이다.
보통 디자인 아이디어는 그 뿌리를 추상적인 단어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선, 형태, 부피 등과 같은 것들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이 디자인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디자인을 할 때도 영감을 받을 소스를 찾기 위해서 Pinterest, Behance 등과 같은 사이트를 접속해 이미지 영감을 찾곤 한다. 디자인적 영감은 글에 머물러 있기 보단 즉각적인 영감을 선사하는 이미지로부터 대부분 기인한다.
하지만 리차드 세라는 추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무시하고 추상적인 단어로부터 건축 컨셉을 뽑아내었다. 이렇듯 만들어낸 84개의 동사와 24개의 상황이 적힌 리스트를 만들고 각 리스트에서 한 단어씩 뽑아 조합을 생성했다. 동사와 상황의 예시는 각각 아래와 같다. 이렇게 두 개의 전혀 다른 세상의 중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새롭고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컨셉들을 생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 to roll in gravity).
동사
to roll to create to fold to drop
to spill to flow to disarrange to cut
to remove to bond to discard to expand
상황
gravity entropy nature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합들의 정당성을 체크하기 위해 스케치나 와이어프레임 등을 이용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이핑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이든 UI/UX 디자인에서도 이 방법은 적용될 수 있다. 순수 디자인이라면 선, 면, 부피 등과 같은 키워드를 추가한 후 각 상황에 동사를 입혀 신선한 디자인을 만들어볼 수 있으며 GUI의 경우에도 컨셉을 정할 때 기획 단계에서 리스트 조합 만들기를 활용한다면 더 독창적인 앱을 구현하도록 도울 수 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이라 생각되며 프로젝트 기획 단에서 더 활발하게 쓰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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