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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똑똑하게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일 잘하는 디자이너' 서평

즐기면서 디자인할 권리는 똑똑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따르는 디자이너들에게만 주워지는 특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않고 핵심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다.

소요 시간: 2시간

 

 

책 소개

 

'일 잘하는 디자이너'의 톤은 전혀 무겁거나 교리적이지 않다. 한 20살 더 나이 많은 경험 많고 착한 상사가 어린 디자이너가 자기의 옛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디자인 프로세스 처음부터 끝까지 핵심만 콕콕 집어서 재미있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자신의 옛날 실수와 경험도 함께 말해주며 웃음과 재미도 놓치지 않는 건 덤이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기본적이지만 핵심적인 디자인 팁과 미래 취업하면 마주하게 될 상사들과의 대처 방법, 인쇄까지의 최종 프로세스까지를 모두 고민하고 담아낸, 책이라기보다는 저명한 디자이너의 성공 비법 노트라고 볼 수 있다. 실무 경험이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디자인 근육의 감을 만들어주는 실무 책이므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디자인 생각, 마음가짐의 기반을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대상

 

- 학생과 주니어 디자이너와 업무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거나 기본기가 약한 시니어 디자이너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 '디자인은 이론과 책이 아니라 감이다' 라고 말하는 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을 것 같은 책

 

 

내용 요약

 

책의 표지에 가장 잘 명시돼있듯이 '일 잘하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 설득부터 타이포그래피, 색상 선택, 면접 준비에 이르는 69가지 조언이 담긴 책이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169가지라고 느껴질 만큼 한 챕터마다 세부적인 팁이 많이 담겼다. 책의 챕터는 다음과 같이 구성돼있다:

 

  1. 디자이너로 출근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
  2. 디자이너로 일하며 살아가기
  3. 프로 디자이너로 레벨-업하기
  4.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에도 의연한 디자이너 되기
  5. 저는 꿈이 디자이너예요
  6. (보너스) 프로 디자이너의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기법

좋은 디자이너는 어떤 것이며, 디자이너의 마음가짐과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법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디자이너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업계에서 일하는 생생한 일들을 두 번째 이야기에서 풀어낸다. 디자인 산업의 미래는 밝고, 어떤 분야가 특히나 더 밝고 노동 환경은 어떨지에 대해 신입 디자이너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후 80%가 아닌 120%를 해내는 프로 디자이너의 방법과 클라이언트 대처 방법, 나아가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디자이너 101을 나머지 이야기에서 풀어낸다.

보너스 챕터에서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줄 디자인 툴 기법들과 테크닉까지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 내용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기억에 남는 핵심 포인트 3가지를 추려봤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기분 좋은 부조화"란 무엇인가?

 

료이치는 "기분좋은 부조화"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가 알려주는 디자인 법칙, 행간과 자간부터 시작해 타이포와 색감을 쓰는 방법에 대해 강조하다가도 이러한 법칙 위에 디자이너만의 색과 변형, 창의성이 결합된 부조화를 기대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결과를 내는 디자인"이라 말하며 결국 결과를 낸다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인 사용자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아무 브랜드에나 집중하지 않는다. 어딘가가 새롭지만 자신들의 니즈에 꼭 들어맞는 브랜드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기분좋은 부조화"를 이뤄내야 시장에서 자리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챕터 40에서 더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좋은 디자인은 결과를 내는 디자인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은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보통은 그 반대 아닌가.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저자의 정의에 수긍하게 된다. 감각적인 디자인이야말로 어디가 매력적인지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각이 이끌리고 묘하게 계속 보게 되는, 그런 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은 감각적인 디자인보다 더 이론적인 해답과 비즈니스 솔루션을 내포해서 더 답이 있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뭐가 됐든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문제에 디자인으로 답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감각적이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만한 디자인은 만들 수 있지만 스스로 어딘가 부족하거나 소통이 아직 어려운 디자이너는 두 번째 이야기(챕터 18-28)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디자인에 '복선' 사용하기

 

아직 주니어 디자이너도 아닌 학생으로서 가장 도움이 됐던 부분은 챕터 3에서 나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방법과 절차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저자는 지루해 보이는 디자인의 해결 방안은 '복선'이라고 말한다. 사실 너무 뻔하거나 의도가 훤히 보이는 디자인은 굳이 자세히 볼 필요도 없다. 시각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재미가 없으니 그저 지나치기만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챕터 9에서 보여주듯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는 요소인 복선을 넣어 디자인을 만들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충격 효과를 주게 될 수 있다. 

 

더불어 보너스 챕터에서는 효과적인 디자인을 위한 디지털 툴 기법들을 직접 소개해주고 있는데, 개인플레이 성향이 짙은 디자인 업계에서 이렇게 시니어 디자이너가 하나 하나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일이 드문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책을 써준 저자에게 큰 감사함을 느끼며 읽었다. 인턴 일을 하면서 하루만에 디자인 에셋이 어디있는지 다 외워야 한다던가, 피그마를 일주일 안에 마스터 해야했던가 등의 일을 겪고 나니 이러한 실무 팁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느꼈다. (돈 많이 버세요!)

 

 

똑똑하게 스트레스 받자

 

디자인은 예쁜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시스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것도, 회사가 원하는 것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적인 면모와 더불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렇게 중간에 치여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고충은 클라이언트나 기획팀은 모를 것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다른 팀이나 클라이언트에게 듣는 피드백은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임팩트가 부족해요" "어딘가 아쉬워요"

라는 애매모호하고 디자이너들을 제일 스트레스받게 하는 말이라던지,

 

"좋아요 이대로 가주세요"

라는 호평의 긍정적 반응이라던지,

 

"~에 포인트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식의 정확한 피드백이라던지.

 

디자이너들은 기획, 디자인, 아웃풋 도출, 클라이언트에게 피드백을 받는 프로세스를 매번 똑같이 거치지만 항상 힘든 것은 어쩔 수 없고, 더 나아가 이 프로세스를 매번 다른 클라이언트와 하자니 더 힘들고 지친다. 어떤 일이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이런 힘든 프로세스를 더 똑똑하게 해결하고 풀어나가는 능력 또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외주 일을 받아와야 할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프리랜서들을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와의 관계를 맺는 방법, 디자인을 하다가 막힐 때 어떻게 할지 모를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위한 대처 방법, 인쇄할 때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까지 사진과 경험을 덧입혀 설명해면서 더 똑똑하게 일하고 스트레스를 방지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이 책은 아마 상사와 클라이언트에게 많이 깨질 내 미래를 조금은 바꿔주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그 후

물론 이 책을 읽고 모두가 똑똑하고 일 잘하는 디자이너가 될 순 없다. 책을 읽는 인풋만 시행했는데 바로 멋진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 매번 막힐 때마다 이 책을 참고하고, 방법을 내재화하고 따라해보면 성장 속도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끝내지 말고 책상 서랍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포스트잇으로 자신이 더 집중해야 할 챕터에 붙여놓으면 그것이 이 책의 노하우 재패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나 또한 포트폴리오에 책에서 소개한 몇 가지 프로세스를 더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책이 이론적이거나 지식 쌓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라 그런지 아쉽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없었다. 일본 저자이지만 한국 문화와 업계 맥락과 크게 이질적이지 않아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고, 디자인 업계 소개 부분에서 자주 등장하는 통계 자료도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데이터를 사용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 잘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져야 일 잘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모두 똑똑하게 일하고 똑똑하게 대처해서 더 똑똑한 아웃풋을 낼 때까지, 다같이 열심히 성장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